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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id="content">
<h1>10장. 통신하는 기계와 그들의 미래</h1>
<p>나는 이전 장을,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중요한 가능성을 이미 보이기 시작한 특정한 제어 기계가 미칠 산업적, 사회적 파급효과의 문제를 다루는데 할애했다. 한편, 우리의 공장 시스템과는 관련이 없지만 일반적인 의사소통 매커니즘의 가능성에 실마리를 던져주거나, 개인적 불행으로 팔다리를 잃거나 쇠약해진 인체장기를 대체할 어느정도 의학적인 목적을 가지는, 오토마타 이론에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 우리가 다룰 첫번째 기계는 동료인 로젠블루스 박사(역자주: 1900~1970. 멕시코 출신의 생리학자. 사이버네틱스 선구자중 한명)와 비질로 박사(역자주: 1913~2003. 미국의 컴퓨터 엔지니어. 최초의 폰노이만식 컴퓨터를 만든 사람임)와 함께 쓴 내 몇년 전 논문(역자주: “행위,의도,목적론", 1943)의 예시를 위해 이론적인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다. 이 논문에서 우리는 자발적 활동의 매커니즘은 피드백의 성격을 가진다고 추측했고, 이에따라 우리는 인간의 자발적인 활동에서 붕괴의 특징들을 찾았는데 이는 과부하시에 피드백 매커니즘에 나타나는 현상이다.</p>
<p>가장 단순한 타입의 붕괴는 목표탐색 과정에서의 진동으로 나타나는데 이건 해당 과정이 활발하게 시작될 때에만 나타난다. 이것은 <strong>기도진전</strong>(역자주: 수전증의 하나로 특정 행동을 하려할때 나타나는 떨림 현상임)이라 불리는 사람의 증상과 매우 유사한데, 예를들어 환자가 물컵을 잡으려고 하면 환자의 손이 점점 넓게 흔들려서 컵을 들어올리지 못한다. 기도진전과는 정반대인 수전증의 또다른 타입이 있다. 이것은 <strong>파킨슨병</strong>이라 불리는데, 노인들의 중풍과 같은 것으로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것이다. 여기서 환자는 쉴때에도 떨림 증상을 보이고 사실상 병의 증세가 심하지 않을 때에는 쉴 때에만 떨림 증상을 보인다. 환자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려하면 이 떨림 증상은 가라앉아서 초기 단계의 파킨슨병 환자는 심지어 훌륭한 안과 의사가 될 수도 있다.</p>
<p>우리 세명은 이 파킨슨식 떨림을 의도의 달성과 연관된 피드백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피드백으로 간주했다. 의도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의도를 가진 움직임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다양한 연결 부위들이 가벼운 긴장 상태를 유지해서 최종적으로 의도한 근육의 수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보조적인 피드백 매커니즘이 필요한데, 이것이 일어나는 위치가 소뇌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소뇌는 기도진전이 일어날때 붕괴되는 매커니즘의 중앙 제어 센터이다. 이 두번째 유형의 피드백은 자세 조절(postural feedback)이라 알려져있다.</p>
<p>양쪽 떨림에서 피드백이 과도하게 크다는건 수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 이제 우리가 파킨슨병에서 중요한 피드백을 고려해보면, 주요 움직임을 조절하는 자율적 피드백의 방향은 자세 조절에 의해 제어되는 부분의 움직임에 관한 한 자세 조절 피드백과 반대 방향이다. 따라서 의도의 존재는 자세 조절의 과도한 증폭을 막는 경향이 있고, 아마도 당연히 진동 수준 이하로 낮추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론적으로는 우리에게 매우 분명했지만 최근까지 이를 보여주는 모델을 만드는 수고로움을 감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이론대로 동작하는 데모용 기구를 만들 필요성이 생겼다.</p>
<p>이에따라, MIT 전자과의 와이스너 교수는 나와 상의해서 지향성을 가진 기계, 즉 단순하고 고정된 의도를 내장하고 자율 피드백과 우리가 자세 조절이라 부르는 피드백과 그리고 이들의 붕괴를 재현할 수 있도록 충분히 조정 가능한 부품들을 가진 기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지 검토했다. 우리의 제안에 따라 핸리 싱글턴씨가 이와같은 기계를 만드는 작업을 맡았고, 훌륭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 기계는 두개의 주된 행동 모드를 가지는데, 그중 하나는 긍정적인 향광성을 가져서 빛을 찾아다니고,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향광성을 가져서 빛으로부터 도망친다. 우리는 그 기계를 두개의 각각의 기능에 따라 <strong>나방</strong>과 <strong>빈대</strong>라고 불렀다. 기계는 세개의 작은 바퀴와 뒷축에 달린 추친모터로 이루어져 있다. 앞 바퀴는 틸러(tiller, 역자주: 키의 손잡이)에 의해 조종되는 바퀴이다. 이 수레는 전방을 향하는 한쌍의 광전지를 달고 있는데, 하나는 왼쪽 사분면을, 다른 하나는 오른쪽 사분면을 차지한다. 이 전지들은 교량의 양쪽 팔이다. 교량의 출력은 가변 증폭기(adjustable amplifier, 역자주: 가변이득 증폭기를 뜻하는듯 하다. variable-gain amplifier. 가변이득 증폭기는 전압의 크기에 따라 증폭율이 조절되는 증폭기이다.)로 전달된다. 그 다음에는 전위차계와 연결되는 한쪽 접점의 위치를 조정하는 위치조정 모터로 전달된다. 다른쪽 접점 역시 위치조정 모터에 의해 조정되는데, 이 모터는 틸러도 움직인다. 두 위치조정 모터의 위치 차이를 나타내는 전위차계의 출력은 두번째 가변 증폭기를 거쳐서 두번째 위치조정 모터로 들어가는데, 따라서 틸러를 조정하게 된다.</p>
<p>교량의 출력의 방향에 따라 기구는 더 강한 빛을 가진 사분면쪽이나 혹은 그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게 될 것이다. 양쪽 경우 모두 기계는 자동적으로 균형을 잡게 된다. 따라서 여기엔 빛의 출처에 종속적인 피드백이 존재하게 되는데 빛에서부터 광전지로 향하고 그다음엔 방향타 조절 시스템으로 향하며,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자신의 움직임의 방향을 조절하고 빛의 입사각을 변화시킨다.</p>
<p>이 피드백은 양성 혹은 음성의 굴광성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자발적 피드백과 유사한데, 사람의 경우 자발적 행위는 본질적으로 굴성들 사이의 선택으로 간주된다. 증폭을 증가시켜서 이 피드백을 과부하시키면, 이 작은 수레 혹은 “나방" 혹은 “빈대"는 자신의 굴성의 방향에 따라 진동하면서 빛을 찾거나 혹은 빛을 피하게 될 것인데, 진동은 점점 커지게 된다. 이것이 기도진전 현상과 매우 유사한 사례이며, 기도진전은 소뇌의 부상과 연관되어 있다.</p>
<p>방향타의 위치를 조절하는 방식은 자세제어로 간주될 수 있는 두번째 피드백을 포함하고 있다. 이 피드백은 전위차계에서 두번째 모터로, 그리고 다시 전위차계로 연결되는데, 그 시작점은 첫번째 피드백의 출력에 의해 조절된다. 이것이 과부하가 되면 방향타는 두번째 종류의 떨림현상을 보이게 된다. 이 두번째 떨림현상은 빛이 없을때, 즉, 기계에게 목표가 주어지지 않을때 일어난다. 이론적으로 이것은 첫번째 매커니즘의 동작이 두번째 매커니즘의 피드백에 적대적이고 그 양을 줄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람에 있어서 이 현상은 우리가 앞서 언급한 파킨슨병이다.</p>
<p>나는 최근에 브리스톨(역자주: 영국 서부의 항구)에 있는 버든 신경학 연구소의 그레이 월터 박사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거기서 그는 “나방" 과 “빈대"에 관심을 표했고, 그 자신의 유사한 매커니즘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변경은 가능하지만 하나의 결정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내것과는 달랐다. 그의 표현대로 하자면, “우리는 역방향 피드백 외에 다른 특성을 추가했는데 이것은 단순한 굴성 뿐만 아니라 세상을 향한 탐색적이고 윤리적인 태도를 부여한다.”</p>
<p>이와같은 행동 패턴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선 이 책의 학습에 관한 장에서 논의되어 있고, 이 논의는 월터 기계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비록 현재로선 그가 이러한 유형의 행동을 얻기 위해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지는 알수 없지만 말이다.</p>
<p>나방과 월터 박사가 추가 개발한 굴성 기계는 언뜻 보기에는 기교있는 연주로 보이거나 혹은 기껏해야 철학적 문장에 대한 기계적인 해석 정도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명백하게 유용한 점이 있다. “나방"의 사진을 실제 신경성 수전증 환자의 사진과 비교해 군대의 신경학자들을 가르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미국 국방 의료원에서 나방의 사진을 찍어갔다.</p>
<p>우리가 훨씬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의학적 중요성을 가진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두번째 종류의 기계가 있다. 이 기계들은 신체장애자나 감각장애자의 손실을 보상하는데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힘이 있는 사람에게 새롭고, 잠재적으로 위험할 수도 있는 힘을 줄 수 있다. 기계의 도움은 더 나은 인공 팔다리를 만드는 것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이 일반적인 책을 읽는데 시각적인 패턴을 청각적인 효과로 바꾸어 줌으로써 도움을 주거나, 위험에 다가가는 것을 인식하게 돕거나 자유롭게 보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특히 우리는 완전히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을 도와주는데에 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 이 종류의 도움은 아마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인데, 그 이유중 하나는 의사소통에 있어서 전화의 기술이 가장 많이 연구되고 가장 익숙한 기술이라는 것이고, 또하나는 청각의 손실은 압도적으로 한가지의 손실, 바로 사람간의 대화에 자유롭게 참여하는 것의 손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말을 통해 전달되는 유용한 정보는 상당히 좁은 폭으로 압축할 수 있어서 촉각의 전달력을 넘어서지 않는다.</p>
<p>얼마전에 와이즈너 교수는 나에게 자신이 완전한 청각 장애인을 돕는 기구를 만드는 것의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그 주제에 관해 내 의견을 듣고 싶어했다. 나는 내 의견을 들려줬고, 우리의 의견은 상당히 일치했다. 우리는 벨 전화 연구소에서 이미 연구된 적이 있는 시화법(visible speech. 역자주: 발음기관의 모양을 기호로 표시하는 방법으로 전화기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의 아버지인 멜빌 벨이 고안한 표기법임)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이것과 그들의 초기 보코더(vocoder. 역자주: voice coder. 음성신호의 특성을 데이터화해 전달하고 이 특성값들을 이용해 다시 음성신호를 복원하는 암복호화 방법) 연구와의 관계도 알고 있었다. 보코더 작업은 음성을 알아들을 수 있게 전달하려면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가 필요한지에 관한 척도를, 이전의 다른 어떤 방법 보다도 편리하게 제공해 주었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기에 시화법은 두개의 단점이 있었다. 우선 이 방법은 휴대하기 쉬운 형태로 만들기가 쉽지 않아 보였고, 또 시각에 너무 크게 의존하고 있었는데 시각은 우리들 보다 청각장애인들에게 상대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대략적인 추정을 통해 시화법에 사용된 방식을 촉각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우리는 이것을 우리가 만드는 도구의 기초로 결정했다.</p>
<p>우리는 시작하자마자 벨 연구소의 연구원들 또한 소리를 촉각으로 수신하는 가능성을 고려했었고, 그들의 특허에 이를 포함해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은 친절하게도 그것에 관해서는 실험을 한적은 없고 우리의 연구를 계속해도 좋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에따라, 우리는 이 기구의 설계와 개발을 MIT 전자과의 대학원생인 레온 레빈(Leon Levine)에게 맡겼다. 우리는 이 기구를 실질적으로 사용하는데에는 학습의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고, 이 문제에 대해선 심리학과의 알렉산더 버벨리스(Alaxander Bavelas) 박사에게 조언을 구했다.</p>
<p>말소리를 청각이 아니라 촉각과 같은 다른 감각기관으로 해석하는 문제는 언어에 관한 다음과 같은 관점으로 볼수 있다. 우리가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외부 세계와 주관적인 정보의 인식 사이에서 언어를 대략적으로 3개의 단계와 2개의 중간적인 번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째 단계는 공기의 떨림과 같이 물리적으로 전달되는 음향적 기호로 이루어진다. 음성적 단계라 불리는 두번째 단계는 귀 안쪽의 다양한 현상들과 여기에 연결된 신경계로 이루어진다. 의미적 단계라 불리는 세번째 단계는 이들 기호가 의미의 경험으로 변환되는 단계다.</p>
<p>청각장애자의 경우, 첫번째와 세번째 단계는 유지하고 있지만 두번째 단계가 상실된 상태다. 하지만 청각을 그냥 지나치게 해서 예를들어, 촉각으로 나가게 함으로써 우리가 이 두번째 단계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건 충분히 생각할수 있는 일이다. 여기서 첫번째 단계와 새로운 두번째 단계 사이에 번역이 이루어지는데, 우리가 가지고 태어나는 생체-신경 도구가 아니라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 도구에 의해서다. 두번째 단계와 세번째 단계 사이의 번역은 우리의 검사에서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자동차 운전을 배울때 발달시키는 것처럼 습관과 반응의 새로운 시스템을 형성하게 된다. 우리 도구의 현재 상태는 이렇다: 첫번째 단계와 두번째 단계 사이의 번역은 극복해야 할 몇가지 기술적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잘 관리되고 있다. 우리는 두번째와 세번째 단계 사이의 번역 과정인 학습 과정에 관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고, 우리의 견해로는 매우 희망적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는, 12개의 학습된 단어를 가지고 80번을 반복할때 단 6번만 실패했다는 것이다.</p>
<p>연구를 진행할때 우리는 항상 몇가지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번째는, 이미 언급한바 있는데, 청력은 단순한 의사소통 감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게 주요한 용도인 의사소통 감각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감각은 말하기라는 특정한 의사소통 활동에 상응하는 감각이다.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것과 같은 청력의 다른 용도도 중요하지만 이것만큼 중요하지는 않은데, 어떤 사람이 개인간의 일상적인 대화에 참여하면서 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를 사회적인 청각장애자로 간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청각은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만약 다른 사람들과 대화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제외하고 모든 청력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최소한의 장애 밖에는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p>
<p>감각기관의 인공물을 만드는데 있어서 우리는 전체 대화과정을 하나의 단위로 고려해야 한다. 이것의 중요성은 청각 및 언어장애인이 말하는걸 보면 바로 알수 있다. 대부분의 청각 및 언어장애인에게 독순술(lip-reading)은 불가능하지도 않고 대단히 어려운 것도 아니어서 다른 사람이 말하는 내용을 알아듣는데 있어서 상당히 능숙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반면에 아주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이들이 소리를 내기 위해 입술과 입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배울 수는 있지만 이들이 내는 소리는 그로테스크하고 곤란한 억양을 가지고 있어서 내용을 전달하는데 있어서는 매우 비효율적이라는걸 알 수 있다.</p>
<p>이 사람들에게 있어서 문제는 대화의 행동이 두개의 완전히 분리된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상황을 정상적인 사람을 통해 매우 쉽게 재현해볼 수 있는데, 자기가 하는 말이 자신에게는 들리지 않는 전화기를 제공하면 된다. 이와같은 고장난 마이크 통신 시스템은 매우 쉽게 구현할 수 있고, 전화 회사들에서 실제로 고려된 적이 있으나 이것이 가져다주는 좌절감에 의한 끔찍한 감정, 특히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전화를 통해 얼마나 전달이 되었는지 알수 없는데서 오는 좌절감 때문에 취소되었다. 이런 종류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항상 그들의 가장 큰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게 되는데, 전화선을 통해 그들의 메시지가 전달될 기회를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다.</p>
<p>이제 정상적인 말하기로 돌아가보자. 정상인의 말하기와 듣기 과정은 분리된 적이 없다는 것을 알수 있으며, 말하기의 학습 과정에서 모든 사람은 자신이 말하는걸 듣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크게 분리된 사건들에 대해 자신이 말하는 것을 듣고 그 사이의 빈틈을 기억으로 보충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스스로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높은 수준의 화법을 익힐 수 있게 된다. 완전한 청각장애인을 지원하는 기구는 반드시 이 사실을 활용해야만 한다. 그리고 손실된 청력 대신에 촉각같은 다른 감각에 의존한다고 하더라도 오늘날의 전자식 보청기와 같이 휴대 가능하고 상시 착용할 수 있어야 한다.</p>
<p>청력 보조도구에 관한 보다 심도있는 이론은 듣기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정보의 양에 달려있다. 이 양에 관한 가장 대략적인 추정은 10,000 주기까지의 음역(역자주: 사람의 가청 주파수는 16~20000 Hz 정도임)과 80 데시벨 정도의 음폭(역자주: 사람이 들을수 있는 소리의 크기는 20~120 dB 정도임)까지 포함시킬 수 있는 최대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보의 양은 우리의 귀가 들을 수 있는 최대치를 나타내기는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말이 담고 있는 정보의 양에 비해 지나치게 큰 수치다. 우선, 전화 통화 품질의 경우 3,000 Hz 이상의 소리는 포함하지 않고 음폭의 경우도 5~10 데시벨 정도를 넘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에서 조차, 우리의 귀에 전달되는 것을 과장하지는 않았지만 귀와 뇌가 인지 가능한 말을 재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심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p>
<p>이 문제에 관해 수행된 가장 훌륭한 연구는 벨 전화 연구소의 <strong>보코더</strong> 연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람의 목소리가 5개를 넘지않는 띠로 적절히 나눠질 수 있고, 이 띠의 외형을 인지할 수 있도록 정류될 수 있고, 그리고 이것을 그 주파수 범위 안에서 임의의 소리를 조절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면, 이 소리들을 합치면 원래의 목소리를 사람의 목소리로, 그리고 특정 개인의 목소리로 인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역자주: 보코더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우니 따로 찾아보기 바람) 전송된 정보의 양이 얼마건간에, 그리고 그것이 사용되건 안되건 간에, 원래의 가능한 정보의 양에 비해 10분의 1이나 100분의 1에 못미치게 축소된 것이다.</p>
<p>목소리에서 사용되는 정보와 사용되지 않는 정보를 구분할때 우리는 귀로 수신되는 최대 코딩 용량과 귀에서 뇌로 이어지는 일련의 단계들의 네트웍을 통과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을 구분한다. 첫번째 것은 목소리가 공기를 통해 혹은 전화와 같은 중간단계의 도구를 통해 귀로 전달되는 것에만 관련이 되고 목소리를 인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뇌의 기관들로 전달되는 것은 관련이 없다. 두번째 것은 공기-전화-귀-뇌의 복합체 전체의 전송 능력을 뜻한다. 물론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좁은 대역의 전송 시스템을 통해서는 전달되지 않는 미묘한 억양이 존재할 것이고, 이것을 통해 유실되는 정보의 양을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보코더의 기본 아이디어다. 정보에 관한 초기의 공학적 견해들은 공기에서 뇌로 전달되는 체인에서 마지막 요소를 무시했다는 결함이 있었다.</p>
<p>청각장애인의 다른 감각기관을 이용하려면 우리는 시각을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기관은 청각보다 열악하며, 단위 시간에 더 적은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촉각과 같이 열악한 감각을 최대의 효율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귀로 듣는 정보 전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알아듣는데 필요한 편집된 영역만을 전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정보가 촉각 수용체로 전달되기 전에 걸러냄으로써 뇌의 피질이 소리를 인지한 후에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기능의 일부를 교체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뇌의 피질이 수행하는 기능의 일부를 인공적인 외부 피질로 전환한다. 이것을 우리가 고려하고 있는 기구에서 수행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strong>보코더</strong>에서와 같이 주파수 밴드를 5개로 나누고 이렇게 정류된 서로 다른 밴드를 공간적으로 분리된 촉각 영역으로 전달하는 것인데, 이렇게하면 주파수의 떨림을 쉽게 피부로 전달할 수 있었다. 예를들어, 다섯 개의 밴드는 한손의 엄지 손가락과 나머지 네 개 손가락으로 각각 전달될 수 있다.</p>
<p>이것은 우리에게 소리의 떨림을 촉각으로 전기적으로 변환함으로써 이해 가능한 목소리를 인식하게 하는데 필요한 기구에 대한 기본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우리는 이미 상당수의 단어들의 패턴이 충분히 서로 다르고 여러 명의 화자 사이에서 충분히 일관되어서 말하기 학습에 큰 투자를 하지 않아도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시점 이후, 연구의 주된 방향은 청각 및 언어장애인이 소리를 인지하고 재현할수 있도록 더 철저한 학습을 시키는 것에 있음은 분명하다. 공학적인 측면에서는, 성능에 큰 손실이 없게하면서도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것과 기구의 휴대성에 큰 문제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 문제들은 모두 아직 미해결 상태다. 나는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친구들에게 헛된, 그리고 성급한 기대감을 주고싶지는 않으나, 성공의 전망은 희망쪽에 가깝다고 말해도 좋을것 같다.</p>
<p>이 책의 초판이 출판된 이후, 통신 이론의 핵심을 설명해주는 새로운 특수 장비들이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개발되어 왔다. 나는 앞 부분의 챕터에서(역자주: 2장에 약간 언급되어 있음) 애쉬비 박사의 항상계(homeostats, 역자주: 1948 애쉬비 박사가 만든 기계로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음)와 그레이 월터 박사의 유사한 기계를 언급한바 있다. 여기서 월터 박사의 초기 기계들에 대해 언급하고자 하는데, 내가 만든 “빈대" 혹은 “나방"과 어느정도 비슷하지만 다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들 향광성(phototropic) 기계들에서 각각의 요소는 다른 요소들을 자극하기 위해 빛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 몇 개를 동시에 작동시키면 특정한 배열(grouping)과 상호작용을 보이는데, 이들이 놋쇠와 철 대신에 피와 살로 덮여있었다면 대부분의 동물 심리학자들이 사회적 행동으로 해석했을 것이다. 대부분 미래에 나타날 것이긴 하지만 이것은 기계적 행동에 관한 새로운 과학의 시작이다.</p>
<p>여기 MIT에서 최근 2년간 청각용 장갑(hearing glove)에 대한 연구를 더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개발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편, (기계의 디테일은 아니지만) 그 이론은 시각장애인들이 도로와 건물들의 미로 속을 헤쳐나가게 해주는 기구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줬다. 이 연구는 그 자신이 선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인 클리포드 위쳐 박사의 결과인데, 그는 광학과 전자공학, 그리고 이 연구에 필요한 다른 분야들에서 뛰어난 권위자이자 기술자이다.</p>
<p>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아직 실질적인 개발의 단계나 평가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 인공장기 기구 중 하나는 인공 폐인데, 호흡 모터의 작동은 전기적이건 혹은 기계적이건 간에 약해지긴 했지만 완전히 없어지진 않은 환자의 호흡 근육에서 오는 신호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에, 마비환자에게도 호흡을 제어하는데 있어서 건강한 사람의 연수(medulla, 역자주:뇌간의 일부로 척수와 연결되는 부위)와 뇌간(brain stem, 역자주: 뇌와 척수를 연결하는 부위로 중뇌와 연수로 이루어짐)에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피드백이 사용될 것이다. 그래서 철로 만든 폐(iron lung, 역자주: 사람이 안에 들어가면 그 안의 기압을 조절해서 호흡을 도와주는 기구)라 불리는 것이 더이상 환자가 그 안에서 숨쉬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는 감옥이 아니라, 남아 있는 호흡기능을 활동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운동기구가 될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환자 스스로 호흡할 수 있게 돼서 그를 둘러싸고 있는 기계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게 만들 수도 있으리라 기대해본다.</p>
<p>지금까지는, 이론적 과학에 대한 일반 대중의 당면한 관심사와는 특유의 거리두기를 하고 있거나 신체장애자에게는 분명한 도움을 주는 기계들에 관해서 논의했다. 이제부터는 꽤 불길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다른 부류의 기계에 관해 다뤄보겠다. 흥미롭게도 이 부류에는 자동 체스머신이 포함된다.</p>
<p>며칠 전, 나는 현대의 컴퓨팅 머신을 이용해서 그런대로 쓸만한 체스 게임을 두게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 연구에서 나는 그 배후에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가지 사고방식을 참고하고 있다. 포우는 멜첼의 기만적인 체스두는 기계에 대해 언급하고 그것을 폭로했는데, 기계가 그 안에 있는 다리없는 불구자에 의해 동작한다는 것을 보였다. (역자주: 애드거 알란 포우가 자신의 에세이 ‘멜첼의 체스 기사'에서 멜첼이 미국 각지를 순회하며 전시했던 체스두는 기계의 사기성을 폭로했다. 멜첼은 독일의 발명가로 메트로놈을 발명했고, 베토벤에게 보청기를 만들어준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진짜이고, 컴퓨팅 기계의 최근의 발전을 활용한 것이다. 단순히 규칙을 지키면서 형편없이 체스를 두는 기계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다. 완벽한 체스를 두는 기계를 만드는 것은 가능성이 없는데, 이런 기계는 너무 많은 조합을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프린스턴 대학교 고등연구소의 폰 노이만 교수는 이 어려움에 대해 언급한바 있다. 하지만 제한된 숫자, 예를들면 2개의 움직임에 대해서 최선의 수를 보장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 기계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평가 방식에 따라 최선의 위치에 자신을 위치시키게 될 것이다.</p>
<p>현재의 초고성능 컴퓨팅 머신을 체스 두는 기계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나, 우리가 하려고만 한다면 엄청난 가격을 가지는 더 나은 기계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 현대의 컴퓨팅 머신의 속도는 충분히 빨라서 체스에서 한 수의 움직임에 정해진 시간 내에 두 수 앞의 모든 가능한 수들을 평가할 수 있다. 가능한 숫자의 조합은 거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두 수 앞의 모든 경우의 숫자와 세 수 앞의 모든 경우의 숫자의 차이는 엄청나다. 50수 정도 되는 전체 게임을 다 따져보는건 적정한 시간 안에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폰 노이만이 보여줬듯이 충분히 오래 사는 존재에게는 이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양쪽다 완벽한 게임을 하는 경우 백이 항상 이기거나, 흑이 항상 이기거나 혹은 아마도 가장 가능성 높은 것으로 항상 비길 거라는걸 미리 알 수 있을 것이다.</p>
<p>벨 연구소의 끌로드 셰넌(Claude Shannon)은 내가 생각해냈던 두 수를 내다보는 기계와 유사한 방식이면서 훨씬더 개선된 기계를 제안했다. 우선, 두 수 이후의 최종적인 위치에 대한 그의 평가방식은 남은 말들의 갯수와 체크, 체크메이트 상태 뿐만 아니라 판에서의 주도권, 말들 상호간의 보호 정도를 참작하고 있다. 그 다음, 두 수 후에 체크가 존재하거나 특정 위치에 있는 중요한 말이 잡히거나 포크 상태(역자주: 하나의 말이 두 개의 상대편 말을 잡을 수 있는 상태. 양수겸장)가 되어서 게임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경우, 기계는 자동으로 한 수나 두 수를 더 계산해서 안정된 상태를 찾는다. 이 방식이 게임을 얼마나 지연시킬지, 정해진 시간이 넘도록 각 수의 움직임을 지연시킬지 여부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의 현재 속도에서 시간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이 방향으로 더 나아갈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다.</p>
<p>나는 이렇게 동작하는 기계가 아마추어 고급 레벨이나 어쩌면 마스터 레벨의 체스 실력을 보일 것이라는 셰넌의 주장에 동조한다. 기계의 플레이는 딱딱하고 좀 재미없을 것이지만 사람의 플레이 보다는 훨씬 안전할 것이다. 셰넌이 언급한것처럼, 정해진 고정된 플레이에 의해 항상 패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계의 조작에 충분한 우연성을 체계적인 방식으로 추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우연성 혹은 불확실성은 두 수 후의 마지막 위치에 대한 평가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p>
<p>기계는 사람이 하듯이 표준적인 첫수와 끝내기의 기록들을 참고해서 첫수와 끝내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기계는 자신이 플레이한 모든 게임을 저장해두고 우리가 이미 구현해놓은, 과거의 게임들에서 도움이 될만한 것을 찾는 절차에 보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학습의 힘에 의해서 말이다. 기계가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질수 있다는 것은 이미 확인했지만, 이러한 기계를 만들고 이용하는 기술은 아직 매우 불완전하다. 학습의 원리에 의한 체스 기계를 설계하기엔 아직 시기상조이긴 하나, 머지 않은 미래엔 가능하게 될 것이다. (역자주: IBM의 슈퍼컴퓨터에서 동작하는 Deep Blue가 1997년 체스 챔피언인 카스파로프를 이겨 사람을 이긴 최초의 컴퓨터가 됐다. 딥 블루는 1초당 2억개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고, 6에서 12수 앞을 내다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딥 블루 역시 학습에 의한 프로그램이라 보기는 어렵다. 딥 블루는 수천 개의 게임 기록을 참고해 평가 함수의 파라미터를 정하도록 설계되어 있었고, 여러 명의 체스 마스터들이 세부적인 설정에 도움을 주었으며 심지어 카스파로프와의 경기 중에도 사람이 개입해서 설정값을 조정했다.)</p>
<p>학습하는 체스 기계는 이전에 상대한 사람들의 실력에 따라 큰 차이의 성능을 보일 수 있다. 체스 마스터 기계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은 어쩌면 폭넓은 훌륭한 체스 선수들과 경기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반면에 상대방을 부적절하게 선택한다면 잘 고안된 기계도 분명히 망쳐놓게 될 것이다. 말 역시 엉터리 기수에게 버릇없게 길들일 기회를 주면 망치게 된다.</p>
<p>학습하는 기계에 있어서, 기계가 배울 수 있는 것과 배울 수 없는것을 구별하는게 좋다. 기계는 특정한 종류의 행동에 확률적인 선호도를 가지면서도 다른 종류의 행동도 가능하게 만들어질 수도 있고, 아니면 특정한 기능이 고정되어 있고 변경 불가능하게 결정되어 있는 상태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첫번째 유형의 결정을 <strong>선호도</strong>(preference) 라고 부르고, 두번째 유형의 결정을 <strong>제약</strong>(constraint)이라 부를 수 있겠다. 예를들어, 만약 체스의 규칙이 체스 기계에 제약으로 구현되어 있지 않고, 이 기계에 학습 능력이 있다면, 예고없이 이 기계는 체스 두는 기계에서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을 수행하는 기계로 바뀔 수 있다. 반면에, 규칙이 제약으로서 구현되어 있는 체스 기계는 여전히 전략과 정책에 있어서는 학습하는 기계가 될 수 있다.</p>
<p>독자는 왜 우리가 체스 두는 기계 따위에 관심을 가지는지 궁금해 할수 있다. 그것은 단지 설계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출중함을 뽐내서 세상사람들이 그들의 업적을 놀라와하고 갈망하기를 바라는, 또하나의 무해한 작은 허영심이 아닐까? 정직한 사람으로서, 나는 어느 정도의 과시적인 나르시시즘이, 적어도 나에게는,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이 곧 알게 되겠지만, 여기서 그 점이 유일한 요소는 아니며, 비 전문적 독자들에게 그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도 아니다.</p>
<p>셰넌은 왜 그의 연구가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흥미로운, 단순한 호기심 보다는 훨씬 중요할 수 있는지 몇가지 이유를 제시한바 있다. 이 가능성들 중에서 그는 이러한 기계가 전시 상황을 평가하고 임의의 특정한 단계에서 최적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기계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가 가볍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strong>게임이론</strong>에 관한 폰 노이만과 모건스턴(역자주: Oskar Morgenstern. 1902~1977. 독일 출신의 경제학자. 수학자 폰노이만과 함께 1944년에 “게임이론과 경제행동"이란 책을 출간해 게임이론의 기초를 마련함)의 위대한 책은 워싱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에 깊은 인상을 주었다. 셰넌이 군사적 전략의 개발에 관해 이야기하는건 헛소리가 아니라 가장 급박하고 위험한 만일의 사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p>
<p>파리의 유명한 잡지 르몽드의 1948년 12월 28일자에 도미니크 수도회의 수사인 듀발 신부(Pere Dubarle)는 내 책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에 대한 매우 통찰력 있는 리뷰를 쓴 바 있다. 체스두는 기계를 발전시켜 군복에 내장하는 것이 가져올 엄청난 영향에 대한 그의 제안을 인용해 보고자 한다.</p>
<p>“이를 통해 열린 가장 흥미로운 전망중 하나는 세상사의 이성적 행동에 관한 것이고, 특히 여론 형성이라는 사회현상과 같이, 사회의 관심을 끌면서 특정한 통계적 규칙성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이런 기계를 상상할 수 없을까? 예를들어, 상품과 시장에 대한 정보와 같은 이런 저런 종류의 정보를 모으고,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와 측정가능한 수량을 참고해서 이 상황에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걸 개발할 수 있는 결정을 하는 기계 말이다. 이 행성의 인간 정부 중에 훨씬 더 단순한 체제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퍼져있는 다양한 정부 체제 하에서 정치적인 결정에 관련된 모든 시스템을 담당하는 국가 기구는 상상할 수 없을까? 현재로선 아무도 우리의 이런 상상을 막지 못한다. 우리는 현재 우리 두뇌가 정치라는 관습적인 수단에 관련될때 보여주는 명백한 부족함을, 좋건 나쁘건 간에, 정부기계(machine a gouverner)가 대신하게 되는 때를 꿈꿔볼 있다.</p>
<p>아무튼, 인간의 현실은 컴퓨터의 수치 데이타처럼 날카롭고 확정적인 결정을 인정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확률적 수치의 결정만을 인정할 뿐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과정을 처리할 기계와 그것에 입력할 문제는 현대의 컴퓨터들이 보여주듯이 결정론적인 사고가 아니라 확률적인 사고를 수행해야 한다. 이 점은 작업을 보다 복잡하게 만들지만, 그러나 불가능한 건 아니다. 대공포의 효과를 결정하는 예측기계가 이런 예중 하나다. 이론적으로, 시간 예측은 불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적어도 특정한 제한 안에서 가장 유리한 결정을 확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체스두는 기계와 같은 기계의 가능성은 이러한 것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목적을 구성하는 사람의 업무과정들은 폰 노이만이 수학적으로 연구한바 있듯이 게임으로 비유할 수 있다. 비록 이 게임들은 불완전한 규칙들을 가지고 있지만, 매우 많은 플레이어가 참여하면서 데이타가 극도로 복잡한 다른 게임들도 존재한다. 정부기계(machine a gouverner)는 국가를 각 특정한 레벨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플레이어로 정의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는 모든 부분적인 결정에 대한 유일한 최고 조정자이다. 이것은 어마어마한 특권이어서 과학적으로 이걸 얻을 수 있다면, 국가는 모든 경우에 자기 자신 외에 모든 인간 플레이어를 무찌를 수 있어서 다음과 같은 딜레마를 가지게 된다. 즉각적인 파멸이냐 아니면 계획된 협조냐. 이것은 외부의 폭력이 아닌, 게임 자체에 의한 자연스런 귀결일 것이다. 이상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꿈꿀만한 것이다!</p>
<p>이와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다행히도, 정부기계는 아까운 미래에는 만나기 어렵다. 모아야할 정보의 양과 빠르게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여전히 쌓여간다는 심각한 문제 외에도 예측의 안정성 문제는 우리가 제어할 수 있기를 바라기 어려운 상태로 남아있다. 사람의 업무처리는 불완전하게 정의된 규칙을 가진 게임과 비슷하고, 무엇보다도 규칙들 자체가 시간에 따라 바뀐다. 규칙의 변화는 게임 자체에 의해 만들어진 상황의 상세한 내용과 각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결과에 반응하는 플레이어들의 심리적인 반응에 의해 좌우된다.</p>
<p>이것 보다는 좀더 빠를지 모른다. 매우 좋은 예가 1948년 선거에서 갤럽 설문조사에 벌어졌던 일인것 같다.(역자주: 1948년 미국 대선에서 갤럽 등 여론조사 기관들은 듀이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트루먼이 대통령으로 당선됐음. 여론 조사 결과를 믿고 듀이가 선거운동을 소홀히 했다는 얘기도 있고, 선거 당일의 폭우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있음. 시카고 트리뷴지는 선거 바로 전날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듀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신문을 미리 배포했다가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음.) 이 모든건 예측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복잡하게 하는 경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사람의 상황을 기계적으로 조정하는걸 근본적으로 어렵게 만들는 경향이 있다. 누구나 판단할 수 있듯이, 단지 두 개의 조건만이 여기서 그 단어의 수학적 의미에서의 안정화를 보장할 수 있다. 하나는, 솜씨좋은 플레이어에게 당한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의 충분한 무지(ignorance)인데, 솜씨좋은 플레이어는 한발 더 나아가 대중의 자각을 마비시킬 방법을 계획할 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게임의 안정화를 위해 자신의 결정을 임의의 특권을 가진 하나 혹은 몇몇의 플레이어들에게 알릴 정도로 충분한 선의를 가지는 것이다. 이것은 냉정한 수학이 주는 혹독한 교훈이나, 우리 세기의 모험에 한줄기 빛을 던져준다. 인간사의 한정없는 혼란과 거대한 리바이어던(Leviathan, 역자주: 구약에 등장하는 거대한 바다 괴물로 홉스의 저서에서는 강력한 권력을 가지는 국가를 상징함)의 등장 사이의 망설임 말이다. 이것에 비하면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가벼운 농담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는 요즘 거대한 세계국가라는 위험에 당면해 있는데, 이 세계국가에서 대중의 통계적인 행복을 위해선 고의적이고도 의식적인 원시적 불평등이 유일한 선택일지 모른다. 정신이 멀쩡한 사람들에겐 지옥보다 나쁜 세상 말이다. 어쩌면 현재 사이버네틱스를 만들고 있는 팀에서 온갖 분야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그들의 기술자들의 핵심그룹에 몇몇의 진지한 인류학자들과 세계 문제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철학자들을 추가하는건 나쁜 생각은 아닐것이다. “</p>
<p>듀발 신부의 정부기계는 그것이 인류를 조정하는 자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로 공포스러운건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뚜렷한 목적을 가진 독립적인 행동에 비해 천분의 일도 안될만큼 조악하고 불완전하다. 반면, 그것의 진정한 위협은 매우 다른 것인데, 그러한 기계는 그 스스로는 무용지물이더라도 특정 사람이나 특정 집단이 나머지 인류에 대한 자신들의 통제권을 강화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고, 정치 지도자들이 그들의 국민을 통제하는데 있어서 기계 자체가 아니라 마치 기계적으로 고안된것과 같이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 편협하고 무지한 정치적 기법들을 사용하려고 시도할수 있다는 것이다. 기계의 가장 큰 약점 - 지금까지 그것이 우리를 지배하지 못하게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약점-은 기계는 아직까지 인간의 상황을 특징짓는 방대한 범위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계의 지배는 증가하는 엔트로피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는 사회를 예상하게 하는데, 이 사회에서 확률은 무시할만하고 개개인간의 통계적인 차이는 전혀 없다. 다행히도 우리는 아직 그런 상태에 도달하지 않았다.</p>
<p>그러나, 1950년대가 시작되면서 이미 드러났듯이, 듀발 신부의 컴퓨터 없이도 우리는 이미 새로운 개념의 전쟁, 새로운 개념의 경제적 충돌, 새로운 개념의 선전(propaganda)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는 폰노이만의 게임이론-이것도 그 자체로 하나의 통신이론인-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 게임이론은, 내가 이전 장에서 언급했듯이, 언어에 관한 이론에 기여하고 있지만, 이 이론을 공격적인 목적과 방어적인 목적에서 군사적 혹은 유사-군사적으로 적용하고자 열중하고 있는 정부 기관들이 존재한다.</p>
<p>게임이론은 그 본질에 있어서 플레이어들 간의 협정 또는 연합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여기서 각각의 플레이어들은 자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적대자들도 각자가 승리를 위한 최선의 전략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는데 열중한다. 이 위대한 게임은 이미 기계적으로 수행되고 있는데 그것도 아주 거대한 규모로 수행되고 있다. 비록 그 배경에 있는 사상은 우리의 현재 상대방인 공산주의자들에겐 어쩌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지만, 여기에서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도 이미 그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는 강한 징표들이 있고, 러시아 사람들은 그 이론을 우리가 제시한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만족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컨데, 특정한 중요한 측면에서 그 이론을 개선했으리라 본다. 특히 우리가 게임이론에서 이루어놓은 것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은 다음과 같은 가정에 기반하고 있는데, 우리와 상대방은 둘다 무제한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우리가 플레이하는데 있어서 유일한 제약사항은 우리에게 주어진 카드패 혹은 체스판 위에 보이는 말들의 위치 뿐이다. 러시아인들은 게임 자체에 플레이어들의 심리적 한계와 특히 피로도를 고려에 넣으므로써 세계 게임(world game)에 대한 이와같은 태도를 보완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그들의 말이 아니라 행동에, 있다. 이와같이 일종의 정부기계가 현재 냉전의 약쪽 진영에 근본적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정책을 만드는 하나의 기계로 존재하는게 아니라 정책을 만드는데 전념하는, 기계를 닮은 사람들의 집단의 긴급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기계적 기법으로 존재하고 있다.</p>
<p>듀발 신부는 사이버네틱 원칙에 따라 동작하는 위대한 초인적인 도구로서 점점 확대되어가는 군사적, 정치적 기계화에 대해 과학자들의 경각심을 호소했다. 이것의 내외부적인 다양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철학자와 인류학자의 필요성을 강조한 그의 주장은 타당하다. 다시 말해, 과학자로서 우리는 인간의 본성이 무엇이며, 인간의 내재된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가 이 지식을 군인으로서나 정치인으로서 휘둘러야 할때에도 그러하며, 우리는 또한 왜 우리가 인간을 조종하고 싶어하는지도 알아야 한다.</p>
<p>기계가 사회에 가져올 위험은 기계 자체에서 오는게 아니라 사람이 기계로 만든 것에서 온다고 말할때, 나는 사무엘 버틀러(역자주: 1835-1902. 영국의 소설가. 풍자소설 에레혼의 저자)의 경고를 진정으로 강조하고 있다. <strong>에레혼</strong>에서 그는 기계를 스스로는 동작하지 못해서 인류를 지배해 인간을 부속기관처럼 사용하는 존재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버틀러의 예언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데, 실질적으로 그 시대에 그나 그 주변의 사람들 누구도 자동기계(automata) 행동의 본질을 이해할수 없었을 것이고, 그의 문장은 과학적 논평이라기 보다는 신랄한 비유에 가깝기 때문이다.</p>
<p>우리가 원자폭탄을 발견하는 불운을 겪은 이래로 줄곧 우리의 논문들은 미국식 “know-how” 를 중요시 해오고 있다. “know-how” 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나 있으며, 그것에 대해 우리는 미국을 아무리 비난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것은 바로 “know-what” 인데, 우리의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를 알아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목적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도 알아내는 것이다. 한 예를 통해 이 둘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몇 년전에, 한 유명한 미국인 엔지니어가 비싼 자동 피아노를 샀다. 1,2주가 지나자 그가 피아노를 산 것은 피아노에서 나오는 음악에 대한 관심에서가 아니라 피아노의 원리에 대한 넘치는 호기심때문이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이 신사분에겐 자동피아노가 음악을 연주하는 수단이 아니라, 어떤 발명가에게 그가 음악을 생산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솜씨가 좋은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수단이었다. 이것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는 존경할만한 태도이다. 이 나라의 문화적 미래가 전부 걸려있는 이들에게 있어서 이것이 얼마나 존경할만한 태도인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역자주: 자동피아노가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아는 것이 know-how 라면, 자동피아노로는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는걸 아는 것이 know-what 이란 의미인듯)</p>
<p>우리가 어렸을때 읽은 신화나 동화에서 우리는 삶에 대한 좀더 단순하고 명확한 진실들을 배웠는데, 예를들어 지니의 호리병을 발견하면 거기에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거나, 자신의 아내를 위해 하늘에 너무 여러 번 소원을 비는 어부는 그가 시작했던 정확히 같은 위치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거나, 세 가지 소원을 얻게 되면 어떤 소원을 얘기할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 단순하고 분명한 진실들은 그리스인들과 많은 현대의 유럽인들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비극적 관점을 아이처럼 표현한 것이며, 이것이 이 풍요의 땅에는 어느정도 결여되어 있다.</p>
<p>그리스인들은 불을 발견하는 행동을 매우 상반된 감정으로 평가했다. 한편으론, 불은 우리에게 처럼 그들에게도 모든 인류에게 커다란 이득이었다. 반면에, 불을 하늘에서 땅으로 가지고 내려온 것은 올림푸스의 신들에 대항하는 것이었고, 그들의 특권에 대한 무례함으로 처벌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불을 가져온, 프로메테우스라는 위대한 인물을 과학자의 원형으로 보게된다. 영웅이지만 저주받은 영웅이고, 코카서스에 묶여서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히는. 우리는 아이스킬로스의 호소력있는 문장에서, 이 묶여있는 신(the bound god, 역자주: 프로메테우스)이 신들의 손에 그가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를 전 세계가 지켜보는걸 견뎌내길 요청하는걸 읽는다.</p>
<p>비극에서 말하고 있는건 세상은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진 안락한 작은 둥지가 아니라 거대하고 적대적인 환경이라는 것이며, 여기서 우리는 신에게 거역함으로써만 멋진 것을 얻어낼 수 있고, 이 거역은 필연적으로 그에 따르는 처벌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은 위험한 곳이며 겸손이나 절제된 야망과 같은 어느정도 부정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세상에는 의식적인 거만함으로 죄를 짓는 사람 뿐만 아니라 단지 신과 그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무지라는 죄 밖에 없는 사람에게도 적절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p>
<p>이런 비극적 감각을 가진 사람이 불이 아닌 다른 힘의 원천에, 원자를 쪼개는 것과 같은 것에, 접근하면 그는 공포와 전율을 가지게 될 것이다. 추락하는 천사의 처벌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는 천사가 발을 내딛기 두려워하는 곳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기계에 선악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조용히 전가시키진 못할 것이며 그 선택에 대한 모든 책임은 그가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p>
<p>나는 현대의 인간이, 그중에서도 특히 현대의 미국인이 아무리 많은 “know-how"를 가지고 있는지 몰라도 “know-what”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바 있다. 그는 그 배후에 있는 동기나 원칙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기계가 만든 의사결정의 뛰어난 솜씨를 받아들일 것이다. 여기서 그는 머지않아 그 자신을 윌리엄 제이콥스(W.W. Jacobs. 역자주: 영국의 소설가. 1863~1943)의 <strong>원숭이 손</strong>(The Monkey’s Paw)에 나오는 아버지의 역할로 만들게 될 것인데, 이 소설에서 아버지는 백 파운드를 얻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지만 그의 집으로 아들이 일하는 회사의 대리인이 찾아와서 공장에서 죽은 그의 아들의 위로금으로 백 파운드를 전달받게 된다. (역자주: 이야기의 후반부는 이렇다. 원숭이의 손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부적이었다. 공장의 기계에 끼어서 상체가 뭉게진 아들을 땅에 묻은 후 슬픔에 잠겨있던 부부는 아들을 살려보내 달라는 소원을 두번째 소원으로 사용한다. 그러자 늦은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는 점점 커진다. 공포에 질린 부부는 문을 열어야 할지 망설인다. 아들의 엄마가 마침내 마음을 먹고 문을 열려하자 아들이 어떤 모습으로 죽었는지 기억하는 아버지는 마지막 소원으로 아들을 다시 무덤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빈다.) 혹은 그는 천일야화에 나오는 아랍 어부와 같은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이야기속 어부는 화가난 지니를 담고있던 병 뚜껑에 있는 솔로몬의 봉인을 풀었다.</p>
<p>게임 플레이 기계들 중에는 원숭이 손 타입의 기계도 있고, 병안에 든 지니 타입의 기계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의사 결정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는 학습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완전히 무미건조할 것이다. 기계의 행동 법칙을 미리 검사하고 그 행동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원칙에 의해 수행된다는걸 완전히 아는 상태가 아닌체로 기계에게 우리를 지휘하게 맡겨둔다면 우리에게 큰 재난이 있으리라. 반면에 지니와 같은 기계는 학습할 수 있고, 학습된 내용에 기초해서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판단을 내릴 이유가 없으며 우리가 받아들일만한 판단을 할 이유도 없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이 책임질 일을 기계에게 맡기는건, 기계가 학습을 할 수 있건 없건 간에, 자신의 책임을 바람에게 맡기는 것과 같고 그 책임은 회오리바람을 타고 돌아오게 될 것이다.</p>
<p>나는 기계에 대해 말했는데, 그 기계는 단지 놋쇠로된 두뇌와 철로 만든 근육을 가진 기계만을 가리키는건 아니다. 사람 개개인이 조직으로 구성될 때 책임있는 인간으로서 그들의 모든 권한을 가지는게 아니라 톱니나 지렛대, 막대기로 사용된다면, 그들의 원재료가 살과 피라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strong>기계 속에서 부품으로 사용된다면, 그것은 사실상 기계의 부품일 뿐이다.</strong> 우리가 우리의 의사결정을 금속으로 만든 기계에 맡기던, 혹은 국가기관이나 거대 연구소, 군대, 기업과 같은 살과 피로 만든 기계에 맡기던, 우리가 제대로된 질문을 하지 않는 이상은 제대로된 답변을 결코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뼈와 살깣을 가진 <strong>원숭이 손</strong>은 강철과 쇠로된 그 어떤 것만큼 위험하다. 기업에 대한 일관된 비유적 표현인 지니는 미화된 마술인것처럼 무시무시하다.</p>
<p>시간은 매우 늦었고, 선과 악의 선택이 우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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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uman Use of Human Beings<br>
10장. 통신하는 기계와 그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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